교가

내가 우리 학교 교가를 알게 된 건 2004년 9월 개학식에서다. 그 무렵 신임 교장 선생님으로 추대된 국방외국어대 조원석 교수 부임 후 첫 개학식이었는데 교장선생님이 개학식 직전에 내게 주신 악보를 즉석에서 숙지해 학생들에게 가르쳐주었다. 대체로 음이 높고 옛날 스타일의 곡조라서 미국에서 자란 신세대 아이들이 즐겨 부르기에는 쉽지 않은 곡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학교에 교가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놀랐고 이를 가능케 한 선배 교장, 교사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악보는 현재 남아 있지 않아 소재를 찾을 수 없다.)
2011년 1월 교장의 책임을 맡은 후 나는 좀더 대중적인 교가가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품었다. 해결책을 찾았지만 그런 행운은 오지 않았다. 2016년 봄학기에 윤지예라는 5살 어린이가 입학했다. 그리고 2017년 2월 하순. 봄학기 초에 주차장 한 켠에서 지예 어머니 이상원 씨(현 학부모회장)와 이야기하던 중 그분이 과거 구성작가, 작사가로 일했으며 친구가 가수 겸 작곡가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지예 어머니에게 새로운 교가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했다.
2017년 3월14일. 교가를 만들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왔다. 일주일 남짓 지나자 한국의 전문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교가의 노래 버전 음원(1분17초 길이)이 도착했다. 그 mp3 파일은 즉시 모든 학부모에게 전달됐다. 4월14일에는 반주 음원과 손으로 표기한 원본 악보의 pdf도 도착했다. 이상원 씨가 작사하고 친구 이선아 교수가 작곡한 곡이다. 몬트레이 한국학교를 위해 기꺼이 재능기부를 해준 이상원, 이선아 두 분께 깊이 감사 드린다. 또한 노래를 불러준 이선아 교수 제자들께도 감사 드린다. (2019년 7월 초 이선아 교수가 몬트레이를 방문했을 때 나는 학교를 대표해 그 분을 만나 우리의 감사를 전했다.)
우리 교가는 왈츠풍의 흥겨운 곡조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가사가 일품이다. 일단 들으면 어깨가 들썩이고 계속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마저 있다. 몬트레이 한국학교는 종강식 발표회 때마다 한 학기를 뒤돌아보는 슬라이드 쇼를 하는데 보통 교가의 노래 버전 음원을 2회 반복해 배경음악으로 사용한다. 슬라이드쇼가 끝나면 신기하게도 그 멜로디가 참석자들 귀에 익숙해진다. 그래서 종강식 발표회 마지막에 교가를 부를 때면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와 방문객들도 교가를 흥겹게 따라 부르는 작은 기적(?)이 일어난다.
나는 전 세계 한국학교에서 가장 아름답고 세련된 교가라 자부하는 우리 학교 교가가 앞으로 더욱 널리 울려퍼지기 바란다.
- 교가 오케스트라 버전
2019년 2월10일. 개교 25주년 기념식에서 오케스트라 버전의 교가가 울려퍼졌다. 학생, 교사, 학부모로 구성된 20인조 오케스트라가 한인회관 주차장에 모인 200여명의 하객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오케스트라 버전의 편곡은 학부모이자 피아니스트인 정은하 씨가 재능기부 해주었다. 2018년 12월 가을학기 종강식에 아들 민우의 발표를 보러왔다가 다 함께 부르는 교가에 반해 편곡을 자청한 것이다. 편곡 악보의 첫 7마디는 내 개인적인 요청으로 추가되었다.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첫 부분을 차용하면 좋을 것 같아 뒤늦게 부탁드렸는데 편곡자가 기꺼이 수용해주었다.
몬트레이 한국학교 교가 이야기 – 조덕현 교장